'상상을 넘어서다'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성지를 가는 길은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이다. 시차도 만만치 않고, 단체로 가는 여행이니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를 않아서 가급적 비용도 줄여야 하니 낯 선 곳을 경유해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즐겁다. 모두가 비몽사몽간에 설레듯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시차를 이기고 성지에 내리면 바로 긴 여정이 고삐를 당긴다.

인천공항에서 기다린 3시간여

새벽은 타쉬켄트에서 맞고

다시 기다리는 무료한 5시간

늦춰진 시차에 시간은 더 얹히고

여전히 새벽

뒤쫓아 가는 석양은 또

저 멀리에

지금 한국은 새로 맞은 한 낮

텔아비브의 상공은 겨우 아침

긴 하늘 여정을 털고

리무진 버스에 몸도 마음도

다시 달리는

광야길인데

계속해서 내리는 비

축복이다

이 땅에 비를 가져 온 이가 누군가

버스 위에서 낮은 밤이 되고

새벽이 계속 새벽으로 이어진 비행기처럼

상상을 넘는 긴 여정은

마침내 광야 끝에서 멈춘다

고센 땅

히브리 노예들도 거기서

깊은 밤에

침대만 오르락내리락

김광연  angel@c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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