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덕 교수(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전 총장)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재림 전에 등장할 적그리스도의 출몰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기독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도 기다려야 하지만 그 앞서 등장하는 적그리스도의 원형의 등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성경은 “역사 속에서 계속 적그리스도가 등장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적그리스도 원형이 아니라 그의 예표인물이거나 그의 졸개들이 시대마다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 적그리스도의 원형은 언제 등장하는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성경은 이 세상에 불법과 불의가 성하여 준법정신은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소욕대로 행동하여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없어지면서 배도하는 일이 일어나고 적그리스도의 코드에 맞는 사회분위가 조성되면서 그가 등장한다고 증거한다. 요한계시록은 적그리스도가 바다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여기 바다는 타락한 인간 사회를 의미한다. 신약학자 윌리엄 헨드릭슨이 “타락한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불법의 정신은 그 자궁 속에 불법의 사람을 잉태한다”고 말한 것은 여기에 매우 어울리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적그리스도의 원형은 하늘에서 낙하산처럼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영적으로 깨어서 살피야 할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법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불법 내지 무법의 풍조가 팽배해져 마침내 온 세상이 그렇게 되면 적그리스도의 원형이 등장할 시기가 임박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될 질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합법적인가 아니면 불법이 통하는 세상일까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이 합법을 빙자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불법이 성하다면 그 동안 기독인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법의 풍조를 예삿일로 보고 지나친다면 그 언젠가 순식간에 치명적인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미 불법과 불의가 상당히 힘을 얻는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면, 기독인들은 한편으로는 회개하는 마음과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인답게 사는 삶을 살기 위해 무단히 애를 써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편에서는 헌재의 판결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보고 다른 한편에서는 헌재의 심사와 판단과정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헌재는 사실에 근거하여 판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편향 되게 판결을 했다고 비판적으로 본다. 적그리스도의 원형이 등장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매우 공정하게 사실을 점검하고 판단하여 건전하고 합법적인 사회가 되고 나아가 이런 여건 속에서 복음을 땅끝까지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언젠가 적그리스도 원형이 등장하면 더 이상 선교 사역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광연  angel@c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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