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 가득해 쉼터 되어주는 교회

  오대산솔숲교회(정영호 목사)는 정지용 시인의‘향수’에 나오는“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의 한 시구처럼 한번 보면 다시 그리워지는 교회이다. 오대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곳에 작은 소나무 숲이 있다. 그 숲속에 이 교회는 늘 그림처럼 서있다. 100년은 족히 된 소나무숲이 엄마 품처럼 작은 예배당을 감싸고있다. 새벽마다 소나무향이 새벽 공기 속에 진동한다. 저녁에는 석양이 소나무가지에 십자가와 함께 걸려 하루가 저무는교회이다.

  당신이 언젠가 먼 길 물어 찾아왔던 그교회. 먼 훗날 흐릿해진 기억을 돌이켜다시 길을 물어 찾아올 것 같은 그 교회.이 교회는 이런 그리움과 아련한 추억이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빨간 벽돌사이로 세월의 이끼가 핀 낡은 예배당은오늘도 세상에 지쳐 찾아온 당신을 기다린다. 낡은 장의자와 강대상에서 은은히나무 썩는 냄새가 난다. 그곳에 앉아 눈을 감고 나지막이 기도라도 드린다면 그분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나에게도 젊음의 큰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우연히 한 춘천의 한 소설가의 수필을 통해 춘천이란 도시를 소개받았다. 그 수필에 그려진 약도를 몇 번이고 보면서 덜컹거리는 경춘선기차 비둘기호를 타고 내린 춘천. 그 낮선 도시에서 하루 종일 바람을 맞으며 호수와 가로수 길을 나는 헤매 다녔다.

내 영혼의 쉼터를 찾아, 내 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싶어서 그러나 늘 휑한 가슴으로 다시 서울행 기차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그 일이 허망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이 도시를 찾아가고 방황하고 다시 내려오고 이 일이 내 젊은시절에 반복되었다. 너무도 찾고 싶었다. 내 영혼의 참된 쉼터를…….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이 솔숲의 교회에 오고서야 그날에 내가 찾던 그 쉼터를만나게 되었다. 이 솔숲의 교회는 영혼의쉼터를 찾는 당신을 속이지 않으리라. 당신은 이곳에서 삶의 짐을 내려놓아도 좋다. 당신의 가슴 아픈 상처이야기를 해도좋다. 이곳은 당신의 영혼의 쉼터이기에…….

  새벽 3시, 아직도 이곳 오대산은 4월이라도 새벽은 겨울 새벽처럼 차다. 기도실에 불이 켜지면 방옥순 권사가, 이어20-30분이 지났을까 몸빼바지를 입고이필선 권사가 온다. 두 분이 기도의 불을 지피고 나면 한 분 두 분 나타나는 새

벽사람들의 새벽기도가 시작된다. 원로장로인 강희봉장로는 오늘도 설교 중에 주무시나보다. 74세의 연세. 이미 몸도 여기 저기 성치 않으시고 해마다 몸이 야위어 간다. 그 농사 이제 쉴만하신데 노구의 몸임에도 당신보다 더 연약한 아내 방옥희 권사와 조그만 밭 일구며 사셔야한다. 해마다 농사에 별 재미를 못 보시면서도 오늘도 장성근 장로는 웃는 얼굴이다. 가끔 남전도회 구역예배시간에는 이 목사보다 더‘하나님 안에 소망 있다’고 열변을 토하신다.

  이 교회 아이들은 도시교회 어린이들이 부르는 세련된 찬양도 못 부른다. 물론 세련된 어린이 새 프로그램도 없다. 가끔 이 시골 꼬마들은‘내게 강 같은 평화’,‘ 예수님이 말씀하시니 물이 변하여포도주 됐네’ 를 흥얼거린다. 아직도 목사는 성도님들이 한 술 두 술 퍼서 모아오신 성미로 밥을 지어 먹는다.

당신은 이 맛을 아는가? 이 집 쌀독 저집 쌀독에서 모여 잡곡 아닌 잡곡밥이 되어 내는 이 오묘한 밥맛을……. 밥 한술을 입에 넣어 오물거리면 성도들의 사랑이 가슴 깊이 저며 든다. 부활절이면 아직도 흰옷을 정성스럽게 입고 나와 부활의 새벽을 맞는 할머니 신자들이 이 교회는 남아 있다. 성탄절이면 하늘 아래 가장 추운 마을임에도 밤새도록 눈을 밟고 돌아다니며 새벽 송을 도는 모습이 이 교회는 남아 있다.

  사택 앞에는 누가 두고 간지 모르는 상추, 고추, 오이와 가지가 놓여있는 모습이 이 교회는 남아 있다. 행여 교인 중에 안타까운 일이 생기면 늦은 밤 교회에 나와 눈물로 기도하는 노(老)권사님들의 기도소리가 이 교회에는 남아 있다. 별로목사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목사님! 죄송해요 죄송해요’를 주절거리는 신자와, 별로 잘해준 기억도 없는데‘목사님! 고마워요 고마워요’를 습관처럼 말씀하시는 그렇게 촌스런 신자들이 이교회에는 아직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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