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는 너무나 복합적이다. 이런 문제들을 만병통치와 같은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만 여러 가지 해결의 실마리를 성경을 통해서 찾아내고 외과의사가 수술하듯 하나씩 짚어나가며 반성하고 수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서는 기독교인의 시간의식과 연관하여 논의하려고 한다.

                                                  권호덕 교수(서울성경신대원대 총장)

한국인에게는 유교의 영향으로 과거지향적인 시간의식이 상당히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과거 요순시대를 언급하며 항상 과거가 위대하고 좋은 것으로 여기는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유교의 효사상은 과거지향적인 사고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지금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분야는 과거지향적인 사고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지금 한국 정치권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당리당략을 위해 과거의 문제점에만 몰두하여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나 한국교회가 신학적인 반성이 없이 항상 과거 한 신학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과거 지향적인 사고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데서는 백년대계를 위한 처방을 기대할 수 없다.

동시에 한국인들은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현실중심적인 시간의식도 지니고 있다. 기복신앙은 많은 것을 희생해서라도 현세에 복을 받으려는 현실중심적인 사고방식과 관계한다. 우리는 주위에서 지금 자기 세대에서만 위대한 일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본다. 한국교회가 미래를 위해 훌륭한 목사나 신학자를 양성하는 일에 매우 미흡한 것은 이런 현실중심적인 시간관과 연관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성경은 독특한 시간관 내지 역사관을 제공한다. 먼저 성경은 과거에 하나님이 하신 크신 일을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 되고 항상 기억하며 감사하며 살 것을 가르친다. 이를테면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지적한다. 십계명의 제 4계명은 태초에 있었던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할 것을 가르친다. 신약의 성찬식은 기독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결코 잊지 말고 기념할 것을 가르친다. 동시에 성경은 기독인의 눈길을 미래로 향하도록 만든다. 창세기의 문화명령이 그렇고 구약성경 전체가 메시아가 도래한다는 그 날을 기다리게 만든다. 동시에 신약성경은 전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도록 만든다. 이런 내용은 성찬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미래를 기다리는 삶은 우리로 하여금 미래지향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앞을 준비하는 삶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이로써 기독인들은 한편으로는 과거 한 시점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는 동시에 그 눈길을 심판이 있는 미래의 한 시점으로 향하도록 만든다. 그와 동시에 현재에는 영적인 긴장이 조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인들은 현세의 죄악의 쾌락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말은 성경의 시간관에는 우리를 성화시키는 기능이 있다는 말이다.

김광연  flowersin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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