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엄마가 잘못했어”라고 사과하자
승호가 중학생이 되면서 목소리만 굵어진 게 아니라 생각까지 깊어졌다. 그러나 나는 겨우 유치원 엄마의 수준에서 초등학교엄마로 업그레이드된 수준이었다. 중학생이 된 아들을 아직까지 초등학생으로 보며 엄마 노릇하던 나 역시 깊이 고민하며 기도하던 시절이다. ‘혼자 밥먹기’와‘공부 스스로 하기’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임했지만, 생활태도에서는 우리 모자 사이에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승호가 초등학생일 때, 나의훈계하는 자세는 어린아이 입에서 용서를 비는 말을 기어이 듣고야 말겠다는 생각이었다. 완전 모범생과가 아닌 아들이니 학교를 다니면서 늘 소소한 사건들이 따라다녔다. “엄마, 이제 지각 안 할게요. 학교 끝나면 집에 일찍 올게요. 만화책 사 달라고 안 조를게요. 안 떠들게요.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초등학교 시절까지 거의 대부분의 협박과 읍소와 체벌의 결론은 이런 식으로 끝을 맺었다.
작은 일에도 시시콜콜 참견하려는 과잉보호 형이었던 내가
내 아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했을지 생각하면 늘 반성이 앞선다.
“제발 담임선생님한테 야단맞을 짓 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반성문 쓴게 며칠이나 됐다고 또 반성문이니! 애들 자습하는데 우유팩은 왜 던지고 노냐고! 넌 공부 시간이랑 노는 시간도 구분못해!”그러나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중고등학교 시절에 공부시간에 빵먹다 들킨 일이며, 학교 담 넘어서 떡볶이 사 먹으러 갔던 일들을 우리도 추억하며 깔깔대지 않는가! 그런데 그 즐겁던 시절을 까맣게 잊고, 막상 부모가 되자 내 자녀가 공부만 하기를 바라다니. 이 얼마나 이율배반이고 아이를 숨 막히게 했을까? 지금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승호의 초등학교 시절에 좀 더 대범하게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저학년 때는 기도하며 냉정을 잃지 않고 잘 대처한 적도 있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는 이미 학교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온 아이를 향해 위로해 줄 생각을 못했다. 오히려 내가 더 서슬이 퍼래서 한바탕 난리를 치며 화를 내곤 했다. 그 때는 그런 사소한 일들이 왜 그렇게 속상했는지 모르겠다.
엄마 틀에 맞는 모범생의 모습이 아니라고 필요 이상으로 화를냈던 모습을 고치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도“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골로세서3:21)라는 말씀과“마땅히 행할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잠언22:6)는 말씀을 현실에서 자주 헷갈려서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
‘어린애가 그럴 수도 있지. 개구쟁이가 나중에 성격도 좋고 인간관계도 좋은 아이로 자라는 거고, 그렇게 틈틈이 놀면서 학교생활이 얼마나 즐거웠을까? 틀에 박힌 아이보다 놀 줄도 아는아이가 창의성 있는 아이로 자라는 거지!’
내게는 이련 여유가 전혀 없었다. 작은 일에도 시시콜콜 참견하려는 과잉보호 형이었던 내가 내 아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했을지 생각하면 늘 반성이 앞선다.
되돌아보면 이 부족한 엄마에게순종하는 아들을 주신 하나님의은혜가 감사할 따름이다. 때로는두서없는 말로 다그치고 윽박지를 때도, 아예 튕겨 나가지 않고 꼬박꼬박 잘못했다고 해 주는 아들의 말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승호가 중학생이 디면서, 묵묵히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중재자로 나섰다. 내가 공부만 하기를 원할 때, 남편은 아들과 함께만화 보기를 원했다. 남편이 여유를 갖고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자 나는 드디어 아는것을 실천할 능력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넌 엄마의 실수를 지적하지 않는데, 엄마는 상황도 안 물어보고 무조건 화부터 냈구나. 급히 생각하다 그 새를 못 참고 또 잔소리를 했구나. 승호야, 정말미안하다”내 실수를 인정하고 아들에게 사과하면서 아들이 점점 넓은 마음이 되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은혜를 주셨다. 그때 나는“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을 심히 많이 주시고 또 넓은 마음을 주시되 바닷가의 모래같이 하시니”(열왕기상4:29)라는 말씀을 붙잡고 기도했다. 내게 특별히 필요한 것은 넓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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