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외도 (5) ‘용서의 기술 2’

부부관계에 있어서 ‘외도’에 노출된 상처들에 대한 용서는 부부 모두가 참여하는 치유과정을 거친 후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상처받은 사람이 치유가 필요하듯이 상처를 준 사람 또한 치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치유과정에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유를 통하여 가해자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에 책임 있는 회개를 거친 용서가 있도록 도우며, 이러한 가해자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도록 피해자를 치유해야 한다. 그러므로 용서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향하여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 자기 자신 또한 용서할 수 있어야 하며, 피해자는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가해자로부터 진실 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회개의 과정이 있었다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도록 자신을 수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많은 기독교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어도 용서해야 하며, 용서는 조건 없이 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는 마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만일 교회 성도들 중에 남편이나, 아내의 외도 때문에 고통 하는 성도가 목사님에게 상담을 요청했을 때, ‘하나님께서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셨다’고 강조하며 외도에 노출된 배우자를 ‘조건 없이 용서해야 한다’고 상담을 하게 된다면 그 성도는 다음주간부터 교회 출석을 거부하고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며, 하나님과 아주 멀어질 수도 있게 된다.
그러므로 용서란 견디기 어려운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깊은 상처와 함께 ‘용서’라는 ‘무거운 짐’을 지워준 가해자는 진정한 회개만이 용서받을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잘못한 배우자는 자신의 잘못된 행위로 상처받고 고통 하는 배우자에게 진솔한 사과와 용서를 빌어야 하며, 그와 같은 상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상담자는 이러한 과정을 이끌어내서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치유가 일어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배우자 외도에 있어서 가해자의 용서가 바르게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치유가 우선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이 치유과정은 개인차가 있으므로 많은 시간의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치유과정에서 상담자는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나, 도덕적 위신, 신앙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는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필자의 부부 상담 경험에 의하면 외도와 가정폭력 등 배우자의 결책으로 고통 하는 피해자들에게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을 경우 대부분의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을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며, 심한 혼란과 증오심에 빠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치유과정에서 배우자의 결책을 도덕이나, 신앙으로 용서하기를 강요하기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관점을 ‘피해자’가 아닌 ‘치료자’로 인지하고, 앞서 서술한 대로 외도가 ‘심리적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한 ‘슬픈 외도’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그리고 이는 비난이나 증오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 치유’가 필요하다고 인지가 된다면, 또한 가해자인 배우자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심리상담사가 아닌 상처 입은 피해자라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상담자는 가해자의 외도가 ‘나쁜 외도’ 인지 ‘슬픈 외도’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요청되며, 어떻게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를 치유하는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할지에 대한 전문적 개입이 요청된다. 또한, 용서를 진행한 피해자는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잘못된 행동이 없었던 이전의 자리로 뒤돌려 놓는 여유를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즉 하나님께서 죄에 대한 고백과 진정한 회개를 통하여 우리를 용서하실 때 다시는 그 죄를 묻지 않으시는 것처럼 피해자의 가해자 용서가 진행되어야 한다. 용서 후 가해자의 잘못을 계속해서 지적하거나 되새긴다면 가해자는 용서받았다는 감사보다는 불안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하여 또 다른 상처를 피해자에게 남겨줄 수 있다. <다음호는 제2부 가정의 상처와 치유 ? 결혼과 외도 6 ‘어떻게 사랑할까 (1)’이 거재됩니다.

문 순 희
(상도종합사회복지관장,
사회복지학박사(Ph.D),
가족치료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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