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 가장 큰 가치이기에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긴다는 고백이었다. 가장 고상하다는 의미가 영어로는 ‘surpassing value’ 가장 최고의, 고귀한 가치라고 되어 있었다.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
“나는 예수님을 아는 지식을 모든 것에 지나는, 비교할 수 없이 내 삶의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가?”
이 말씀 앞에 내 삶이 한순간에 전부 들여다보이는 것 같았다. 내 삶에서 가장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많이 들이는 것이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내 모든 삶의 향방은 현재 교수가 되는 일에 맞춰져 있으니 나는 교수가 되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있음이 자명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던가?
원어적으로 보면 이 구절에서의 ‘안다’라는 말은 헬라어‘기노스코(γινoσκω)’, 히브리어로는 ‘야다’로서‘그와 똑같은 삶을 살아 경험으로 안다’ 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교수가 되는 길이 예수님과 같은 삶을 사는 길인가? 그런 교수들도 많이 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이 말씀 앞에 나는 벼락을 맞은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신 내가 실제 삶에서는 성경 말씀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려 했구나.”
로마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며, 당시 최고의 랍비였던 말리엘 문하에서 배웠던 바울. 요즘 시대로 바꿔 말하자면 외국 유학생에, 당대의 유명한 석학 아래서 박사학위를 여러 개 따 놓은 것과 마찬가지인 천재 지식인급인 바울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있던 그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긴다고 고백한 것이다.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마땅히 버려야 하는, 심지어 가지고 있으면 몸에 해로운 배설물이라고 한 이유는 예수님과 똑같은 삶을 살아, 그분을 경험적 지식으로 아는 것이 그의 모든 이력보다 더 월등히 뛰어난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바울은 예수님을 알기 위해 그분의 부활뿐 아니라 고난과 죽음에까지 동참하기를 자원했다고 고백한다.
<빌립보서 3:10>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과 권능과 그 고난에 참예함을 알려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나는 내 삶을 가치 있게 하기 위해 외부에 있는 어떤 목표를 성취하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교수라는 타이틀의 멋져 보이는 옷을 입히려 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진정 최고의 가치는 내가 무엇을 얻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 즉 예수님처럼 살아서 그분을 닮은 모습에 달려있다고 선명하게 말씀하고 계셨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그 날 아침의 경건의 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아직도 이 말씀을 접할 때면 가슴이 뛴다. 이 말씀은 내 인생의 또 다른 turning point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신학 교수가 되려는 꿈을 버리고 예수님을 경험으로 아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선교사님은 저녁 메시지로<마태복음 28:19-20>을 강해하시기 시작했다.
<마태복음 28:19-20>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이 말씀은 예수님이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신 유언과 같은 말씀이다. 유언이란 무엇인가? 곧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이 땅에서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뒤에 남은 자손들과 아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삶을 마무리하며 그들이 꼭 이뤘으면 하는 일을 엄중히 당부하는 것이다. 요컨대 유언은 그 사람이 남긴 가장 중요한 말이다. 그래서 이 구절은 신학교에서 The Great Commandment 즉, 지상 최대의 명령이라고 배웠다. 선교사님은 이 구절을 원어로 자세히 풀어주셨다.
이 구절에서 명령형 어미를 가진 동사는 단 한 가지였다. 제자를 삼아(마쎄튜싸테μαθητεuσατε) : 이 말씀은 실은 ‘제자를 삼아라’ 하는 명령형인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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