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최고의 가치를 발견하다 (Surpassing Value)

복음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제자훈련을 받는 동안 나는 여전히 신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처음부터 신학교에 들어갔던 이유가 신앙적인 성숙에 대한 갈망이었기 때문에 딱히 목회자가 될 것에 대해서는 결정하고 있지 않은 터였다. 오히려 목회를 통해 성도들을 책임져야 하는 목사가 되는 것은 힘겨운 일로 여기고 있었다. 이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목사님들이 목회를 하시며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도 한 켠에 있었다.
신학교를 다니며 도리어 나는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신앙의 고민들이 해결되니 삶의 의욕이 샘솟으며 공부가 더욱 재미있어졌다. 구약 전공이라 학술부 친우들과 함께 구약을 공부하며 나는 히브리어 공부에 파고들게 되었다. 히브리어는 올바르고 정확한 구약 성경 해석과 연구를 위해서는 필수인 언어였지만, 사실 난이도가 매우 높은 언어여서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 외에 더 잘하기까지 도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기 어려워할 때의 표현으로 ‘내가 어떻게 히브리어를 하랴?’ 하는 속담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나는 마침 구약 학술부장으로 선발되면서 밤늦게까지 히브리어를 공부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마치 꼬불꼬불 그려진 그림과도 같고 점 찍는 위치 하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히브리어 단어들을 복잡한 문법들과 함께 한 1,000여 개는 외웠던 것 같다. 히브리어를 어느 정도 독파하고 보니 구약 연구가 참으로 재미있었다. 동기들은 히브리어를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모두 내게 물어보았다. 당시 은사 중 한 분이셨던 K 교수님께서는 내게 여러 가지 기대감을 드러내시며 아예 학문의 길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고하시며, 내가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히브리어를 강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
정해진 시간에 얽매이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좋아했던나로선목회자보다는 개인적인 시간 사용이 자유로운 신학 교수가 되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아 보였다. 신학자가 되어 신학을 깊게 연구하는 일은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주님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회적 직위와 안정적인 보수와 더불어, 직장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여전히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분들에게도 인정받는 만족스러운 삶이 될 것 같았다. 나는아내에게 이런 미래에 대한 계획을 나누고 교수가 되기 위해 본격적으로 외국 유학의 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무척이나 바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주중에는 캠퍼스 기숙사에 거하며 수업과 논문 준비와 유학 준비를 위한 여러 공부들을 하며 함께 하는 전도사님들에게 예수님의 주인 되신 삶과 제자 훈련을 도전하였다. 주말에는 K교회에서 담임 목사님께 제자 훈련을 받았고 교육 전도사로 중, 고등부를 지도했으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만족스러운 가장 역할을 하려 조금도 쉬는 시간이 없이 지냈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면서도 이전에 목표 없이 방황하던 삶을 마치고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과 현 상황에 대한 감사와 만족감으로 힘든 줄을 모르고 지냈던 것 같다.
때마침 졸업을 앞두고 이스라엘 유학 시 장학금을 받을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은 미래의 청신호를 아내는 매우 기뻐해 주었다. 이제 갈 길이 확실해졌으니 국내에 계신 분들과의 관계성 및 활동들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는 그동안 나의 멘토가 되어주셨던 목사님께 구체적인 정황을 말씀드렸다. 이는 더 이상 훈련 받기 어렵다는 간접적인 통보이기도 했었는데 목사님은 내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던 중, 해가 바뀌며 K 교회 목사님과 함께 목회자들을 위한 말씀 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시 강사는 국내에서 제자사역을 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계신 L 선교사님이셨다. 나는 한창 유학 준비로 바빴던 터라 수련회는 말 그대로 형식적인 마음으로 참석하였다. 6개월에 한 번씩 있었던 목회자 수련회라 횟수로는 4번째 참석이었다. 수련회는 아침 경건의 시간을 시작으로 오전에 말씀을 나누고 오후에는 함께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다시 세미나를 듣는 일정으로 2박 3일 동안 진행되었다.
수련회 이틀째 날이었다. 그날 경건의 시간 본문은빌립보서 3장이었는데 성경을 읽어내러 가던 중,갑자기 8절 말씀이 그 날따라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