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유치원까지 번진 어른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누군가를 폭력적으로 배제시키는 현상은 오늘날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닌 듯하다. 더 나아가 일상의 일로서 받아들여지기에 어쩌면 그 심각성이 더 크다. 특히 유치원 원장 및 교사 가운데 많은 관계자가 따돌림을 당하는 유치원생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중학교를 넘어 이제 유치원까지 왕따의 문제가 확대된 것이다. 심각한 일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다름과 틀림의 혼동!
원인은 외모부터 부의 문제까지 다양하다. 한 예로, 아파트 동에 따라 평수가 다른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부모들이 평수가 작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인사하지 말라 교육시키는 것이다. 큰 평수에 사는 아이들은 작은 평수에 사는 아이들을 거지라 놀리며 괴롭혔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당하는 따돌림은 정신적 충격과 직결된다. 그래서 우울과 과잉행동장애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아이들은 다름의 문제를 틀림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같지 않다는 것은 다름의 비슷한 말이지, 틀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틀림, 그 잘못된 관계!
다름과 틀림을 오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다름은 다양성을 바라보며 서로의 조화를 추구케 한다. 상생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바로 다름인 것이다. 다른 존재들만이 일치와 상생을 말할 수 있다. 반면에 틀림은 서로의 존재를 부정케 한다. 상생이 아니라, 오히려 배제와 투쟁의 출발점인 것이다. 틀린 것은 바로 잡아야만 한다. 그러나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해는 잘못된 관계, 서로를 부정하는 관계를 결과로 갖는다.

잘못된 기준은 올바른 사회의 걸림돌!
통계적으로 왕따는 우월한 자들의 그룹보다는 열등한 자들의 그룹에서 훨씬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열등한 자들과 우월한 자들을 구분하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일반적으로 이를 구별하는 기준은 공부(학벌), 지위(명예), 재산(부), 그리고 요즈음은 미모 등이다. 이런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과연 옳은가? 예를 들면,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대학의 서열을 중시하여 그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우월한 그룹에 들기 위해서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 무한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친구와 상생의 방법을 배우며, 또한 자연의 품 안에서 맘껏 꿈을 펼치고 놀아야 될 시기에, 그 아이는 책상에 앉아서 별 효용성이 없는 지식들을 외우고 있어야한다. 다름의 다양성을 배워야 하는 시기에 경쟁을 통한 배제와 따돌림을 배운다. 팔등신(八等身)의 예쁜 미모를 선망하는 곳에서는 외모가 기준이 된다. 외모는 사회가 주입하는 왜곡된 기준이다. 예뻐지기 위해서 목숨 걸고 양약수술을 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다. 정말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하는 시대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최고의 선함(summum bonum)인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잘못된 기준은 잘못된 결과를 이끈다. 잘못된 기준이 삶의 목표가 되는 사회는 결코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그리스도교는 이 모든 것을 부정한다. 예수는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셨다. 예수는 미모를 제자를 삼는 기준으로 삼지 않으셨다. 또한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쳐주신 분이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다시 돌려 놓으셨고, 더 나아가 구원도 주신 분이다. 예수는 공부를 많이 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교만을 통쾌하게 드러내신 분이셨다. 예수의 기준은 오직 하나였다. 바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이런 기준은 다름을 하나님의 자녀가 갖는 다양성으로 보도록 만든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고전12:27)이다. 그리고 몸은 각 지체로서 다양성을 갖는다. 또한 이 기준은 틀림을 무력화시킨다. “하나님의 자녀”에게 틀림은 없다. 한 가족, 보통의 평범한 가족이라면 절대 가족 구성원들 가운데 한 자녀가 부족하다고 따돌림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런 정신을 받들어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루터와 본회퍼를 비롯한 많은 신학자들이 우리를 “거룩한 자들의 친교 또는 교제”(communio sanctorum)라 부른다.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은 바로 거룩한 자들의 모임이며, 그 안에는 놀랍고 기쁜 친교가 주어진다. 그래서 성서는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라디아서 3, 28절)라고 선언한다.

다름의 인정, 상생의 시작!
우리네 어른들은 어려운 시절에 자신과 가족, 더 나아가 국가만을 바라보고 정신없이 앞만 달려왔다. 그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있어서 오늘날 역사상 유래 없는 부(富)를 누린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자화상을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다름과 틀림이 별 상관없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다름을 틀림으로 몰아 자신의 존재자리를 확보했던 시대도 지나갔다. 더욱이 이런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이 유치원에 까지 확대된 현실을 정확하게 대면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잘못된 경쟁의 시대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외모, 재산, 그리고 학벌이라는 옳지 않은 기준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사회는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이런 사회에는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가 필연적으로 나뉘게 되어있다. 대신에 우리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선물로 주어진 생명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래서 생명은 오직 그 분에게서 온 것이므로 고귀한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 고귀한 생명은 틀린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로 살아간다. 다른 존재로 살아가면서 서로를 품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상생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운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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