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감사하게도 누군가에게 ‘목사도 큰 교회 목사 되면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더라.’는 얘길 들으시곤 결국 입학을 허락하여 주셨다. 후에 내가 큰 교회 목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교회 개척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다시 한 번 슬퍼하셨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신앙의 방황에 있어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총회 신학교에 들어간 후, 과연 나는 내면의 궁금증들을 해결하고 신앙적 성숙을 이루게 되었는가. 솔직히 얘기하자면, 참으로 아쉽게도 그곳에서 배운 것들은 내가 알고자 했던 것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방대하고 위대한 신학의 세계 안에는 내 질문에 대한 답들이 유수한 학자들의 언어와 정형화된 신학용어로 설명과 분석이 되어 있긴 했지만, 내가 괴로워하던 실제 삶의 문제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결국 입학 후 한 달 만에 ‘신학 학문을 배우는 곳’인 신학교를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요, 그와 같은 고민을 하던 학생들이 역대 꽤나 있었나 보다. 어느 날 교회사 강의를 듣던 중에, 한 교수님께서 아직 새파란 1학년인 우리를 보시며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신 듯 ‘기왕에 신학교에 들어왔으면 3년 과정은 다 해보고 나서, 무슨 결정이든 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씀하시고 신학의 역사와 권위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나는 교수님의 그 말씀에 설득을 당해서 그래, 어렵게 결정해서 들어왔는데, 좀 더 배워보자 하며 신학교에 계속 다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신학교에 남아 있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 되었는데, 그렇게 많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던 신앙의 의문들을 해결할 길은 뜻하지 않은 기회에 내 삶에 갑자기 찾아오게 되었다.

2. 제자가 되다

나는 예수님이 사역을 시작하신 나이인 30살에 총신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였다. 당시는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는데, 신대원에 들어가기 전의 나의 계획 중 하나가 결혼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은 전도사는 사역에 있어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에 신대원 입학 전에 꼭 결혼을 하고 싶었다. 아내와 함께 보증금 450만 원 짜리 단칸방을 겨우 마련해 실혼살림을 시작하였다. 학교에 다니느라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나를 대신해서 임신한 아내가 회사에 다니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상황이라, 첫째 아이가 태어나자 곧 전도사 자리를 알아보았다. 당시에는 서울의 많은 교회에서 전도사 자리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K교회를 지원하여 교육 전도사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하나뿐인 양복을 어색하게 차려 입고 면접을 보러 갔던 그때가 88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이날은 내 개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될 날 중의 하나가 되었다.
면접을 보던 중에 K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내게 충격적인 질문을 던지셨다.
“ 전도사님은 구원 받았습니까 ?”
전도사 면접에서 이같이 당황스러운 질문이 또 있을까. 신학을 하는 사람에게 합당하지 않은, 너무 기초적인 질문을 하신 것이 아닌가. 원래 전도사 면접은 이렇게 보는 것인가.
“ 아, 네? 당연히 구원 받았습니다.”
“ 전도사님이 구원 받았다고 믿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
두 번째 질문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스스로에게 수없이 자문한 질문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그것도 전도사가 된 마당에 이 질문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해결되지 않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폐부가 갑자기 한꺼번에 확 들춰진 것 같았다. 당시 무슨 대답을 했는지 이후의 면접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신앙 교육을 해야 하는 전도사가 확신에 대한 근거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다니 안 될 것이 틀림없었다.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담임 목사님은 내게 합격 통보를 주셨고, 나는 K교회에서 교육 전도사로 재직하게 되었다. 담임 목사님은 전도사로 일하는 조건으로 처음엔 내게 어떤 사역을 요청하지 않으셨다. 대신 목사님 자신과 1대1로 매주 월요일마다 2~3시간씩 성경공부를 하자고 하셨다. 나는 얼떨떨했지만 곧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 두었던 질문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에게 그런 충격적인 질문을 던지신 분이 대답도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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