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꿈이 거리를 '나빌렌'다.
무더위를 이기고 거리에는 젊음의 꿈들이 가득 피어오른다. 거리 한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그 꿈들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생동감 있는 그대들이 있어 미래가 희망차다. 내 푸른 젊은 날의 교회도 그런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마치 소풍 가는 날인 듯, 주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주일 아침에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발맞추어 예배당에 가곤하였다.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교회와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꿈꾸었다. 서로 어울려 공감하며, 소통과 사귐을 나누는 사회를 소망했다. 교회는 나의 꿈이 하늘의 꿈과 만나는 곳이었다.  

어디에 젊음의 꿈들을 담을 것인가?
교회는 오늘날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탈교회화는 이미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었다. 교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교회가 대안사회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불의를 옹호하듯이 보이는 교회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다. 이웃의 아픔보다는 전체의 이익에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 때문이다. 침묵은 무언의 동조라 했던가! 가장 심각한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교회의 무관심 때문이다. 자기 혼자만의 삶을 꾸려가기도 어려운 이 세상에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계명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찬란한 교회의 꿈, 젊음의 꿈을 어디에 담을 것인가?

위기는 또한 기회다.
완전히 꿈을 잃어버린 교회는 세상에 없다. 그렇기에 교회에 대한 도전이 생겨나는 것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것인 한, 교회의 존립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교회는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 항상 도전과 위기 안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도전과 위기가 두려운 것은 아니라, 오히려 좌절과 절망이 무서운 것이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자.
교회는 점점 더 늘어나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비판으로 바꾸어야 한다. 비난이 커지면, 존립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비판이 커지면, 상생의 문제가 된다. 비난의 끝은 항상 상대방 존재의 부정과 소멸이 자리 잡는다. 그러나 비판의 끝에는 서로에 대한 긍정이 자리 잡는다. 서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것에 비판의 목적이 놓여 있다. 그렇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제도도 아니다. 조직체계나 서열도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아주신 공동체'이다. 하나님을 주님으로, 예수를 삶의 바탕으로 삼는 이들이 교회다. 그 이외의 것은 교회를 돕기 위한 도구이며 수단이다. 그래서 교회는 실로 "사이존재"(Da-Zwischen-Sein)이다.

살아있는 교회(viva ecclesia)가 되자!
살아있는 교회는 공감을 한다.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한다. 그러나 공감은 감정전염이 아니다. 단순한 감정이입도 아니다. 공감은 '함께 길을 가는 것/함께 느끼는 것'(com-passio)이다. 그와 함께 길을 가려면, 그 길에 참여해야 한다. 그 길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인격으로 만나는 것이다. 인격적인 만남이란 서로 함께 공동의 일에 참여하고, 그 안에서 서로를 위하는 것이다. 교회는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교회는 진정한 공감의 장소이며, 소통과 사귐의 공간인 것이다. 이런 교회가 살아있다(viva ecclesia). 

교회의 꿈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다!
교회의 꿈이 더 이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교회는 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꿈을 꾸지 않는 교회는 박물관에 박제된 고대유물과 같다. 이런 교회는 외형만을 중시하는 형식적 종교가 된다. 형식적인 종교 안에는 오직 종교생활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제의나 서열, 그리고 건물이 강조된다. 결국 이런 교회는 다니기만 하는 곳으로 전락하게 된다. 다니기만 하는 교회는 살아있는 교회가 아니다. 잠자는 교회는 꿈을 꾸지 못한다. 꿈을 꾸지 못하기에 희망으로 서지 못한다. 희망을 잃은 교회는 죽은 교회이다(mortua ecclesia). 

교회여, 교회에 다니지만 말고 교회가 되자!
교회인 '나'가 건강해야, 전체 교회가 건강하다. 전체 교회가 건강해야 교회인 '나'가 인격적 만남을 나눌 수 있다. 이를 통해 교회인 '나'가 살아나야 보편적인 교회가 산다. 보편적인 교회가 살아야 사회가 산다. 그것이 교회인 '나'의 임무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이다. 교회에 다니기만 하는 '나'가 아니라, 교회인 '나'가 모여서 함께 하나님 나라의 꿈을 펼쳐야 한다. 내가 살고, 네가 살면 교회가 산다. 곳곳에서 교회가 살아나면, 사회가 살아난다. 바로 그곳에서 교회는 세상의 희망으로,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놀라운 곳으로 서게 될 것이다. 교회여, 교회에 다니지만 말고, 교회가 되자!
무더위도 막지 못하는 젊음의 꿈이 거리를 '나빌렌'다. 우리도 교회가 되어, 생명으로 퍼져나간다. 
박영범 (서울신대 외래교수, 평신도신학연구소 『공감마을』소장).
저서는 Leitbild Diakonische Kirche(LIT, 2015), 역서로는 교회를 오해하고 있는가?(에밀 브룬너, 대서출판사, 2011), 저역서로는 악. 철학과 신학에 대한 하나의 도전(폴 리꾀르, 성광문화사, 2015)가 있으며, 그 외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운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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