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질서가 갖는 파격성
예수의 공생애는 파격으로 점철되었다. 하나님 나라 운동에 매진하느라 연락 없이 귀가하지 않고 있는 아들 예수를 찾으러 어머니 마리아와 동생들이 찾아왔다. 예수의 동네에서는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 예수를 제 정신이 아니라고 수군거린다. 이제 예수는 가정과 동네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예수는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라며 매몰차게 비춰질 수도 있는 응답을 한다. 유교 질서의 영향권을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장면이 민망·당황·황당·의문의 극한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예수는 가족에 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고 담백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는 것이다. 이 선언은 독점적 배타적 선민사상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는 유다지배층들에게는 하나의 선전포고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즉 그들은 기존의 혈연에 기반을 둔 유다공동체만이 하나님과의 인과관계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폐쇄적 공동체였다.
예수의 이 선언은 이방인이라도 신앙고백하면 유다 공동체에 편입된다는 공동체의 개방성을  강조하는 선언이다. 냉철한 이성을 청안시(靑眼視)하는 서구보다 정(情) 문화의 지배를 받으며 유교적 사고방식이 체질화된 우리 한국인은 예수의 이 선언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예수는 새로운 질서 체계를 선언하면서 혈연이 인간의 최종적 연대를 형성하는 준거점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시스템이 갖는 원리가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천명한다.          구인본 목사/신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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