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의 여지를 없앤 아브람의 안면몰수

신앙인이 도덕인은 아니다
아브람은 미모의 아내 때문에 이집트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아내를 이집트 파라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아브람은 공포감에 압도되어 자신의 아내 사래를 자기의 누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누이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지금 사래의 신분은 누이가 아니라 아브람의 아내이다. 하나님을 경험한 아브람의 자기 부인에 대한 안면몰수는 많은 주석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 경험 이전이면 시대상황을 고려해 인간적으로 이해 가능하고 주석의 여지라도 있는데, 하란에서 국경을 넘어 이집트까지의 대장정을 이룩한 이 시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왕의 물리력이 피부로 느껴지는 공포 분위기는 인간적으로 공감 가능하나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 부인에 대한 제대로 된 인과관계를 왜곡한다는 것은 남편으로서 그리고 여호와 체험을 한 자로서 변호 받을 점이 부족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그러면 믿음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세례교인은 여호와를 경험한 신앙인이다. 그러나 행동과 삶에서 세속인과의 확연한 차별성을 발굴하기 힘들다. 신앙에 입교했다는 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분께서 우리의 후미지고 취약한 부분을 개조해 나간다. 아내를 모른다고 부인한 아브람이 아들 이삭을 봉헌물로 기증하는 아브라함의 수준 까지 성숙시킨다. 아브람의 아내에 대한 안면몰수 사건은 우리 신앙의 현 주소를 비유하는 것 같다. 신앙인은 안락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신앙에 대한 누수 현상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비바람 치는 악천후 속에서 우리의 신앙은 검증되는 법이다. 신앙인이 상당한 도덕성을 갖춘 수준으로 성화되기 까지는 많은 절차와 시련이 동반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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