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주관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옷깃에 달린 노란 리본 배지가 유난히 눈에 띄는 ‘청년외침’ 이정기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이정기 목사는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목회학석사(M.div)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분당한신교회(이윤재 목사)에서 청년 교구 사역을 맡아 헌신하고 있으며,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함께 ‘청년외침’이라는 이름으로 찬양사역을 하고 있다.
이 목사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 찬양팀 인도자로 사역하던 때, 이 시대의 아픔이 있는 현장 속에 달려가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갈급함이 있어 채플 찬양팀을 이끌고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정대협에서 주관하는 위안부 수요집회였다. 그곳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처음 만나 뵙게 된 이후 여성단체, 기독교단체 등 여러 단체에서 초청하여 찬양사역을 이어왔다. 이에 이 목사는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노래 한 곡조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셔서 다양한 단체에서 찬양사역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을 실제로 찾아다니다 보니 정작 그분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노래가 많지 않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자기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자기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는 히브리서 13장 3절 말씀을 따라 이 시대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어두운 곳을 예수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고통받는 자들을 생각하되, 그들과 고통을 함께하듯이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청년외침’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마음 맞는 청년들의 헌신으로 2014년 3월 첫 번째 앨범 ‘청년외침’을 발표할 수 있었으며, 그해 4월 ‘모두가 진실을 외면하는 이 사회 속에서 누군가는 진실을 외쳐야 하지 않겠나’하는 마음으로 제작한 두 번째 곡 ‘살아있다면’을 발표하게 되어 홍보 글을 SNS에 올렸으나, 공교롭게도 그 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이 목사는 나름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살아있다면’의 가사가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고 미흡하게나마 그 곡들이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곡으로 쓰임 받으니 제작의도와 동일하게 사용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이렇게 슬피 우는 자를 찾게 된 계기는 대형교회에서 사역하던 때 음향부터 예배 기획까지 성대한 성탄 예배를 준비하던 중에 ‘두레방’이라는 단체에서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성탄 예배 인도를 부탁한다는 전화 한 통이었다. ‘두레방’은 소외되고 억압된 삶을 사는 미군 기지촌 여성들을 돕는 민간단체로 성탄 예배 준비로 지친 몸을 이끌고 동두천 기지촌에 도착해 대부분 가톨릭 신자인 그분들 앞에서 무대도 별다른 장비도 없이 단 한대의 키보드만으로 ‘섬집아기’ 같은 동요를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이 목사의 눈에 띈 것은 필리핀 여성 옆에 놓여 있는 작은 바구니였다. 그 바구니 안에는 아기가 누워있었고, 안타깝게도 미군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 아기는 한국 국적을 가지지 못해 곧 미국이나 필리핀으로 보내져야 하는 상황 속에 있었다. 그 아기를 보며 이 목사는 가장 낮은 모습으로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의 형상을 보게 됐으며,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하시고’하는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이 떠올라 “아! 낡고, 좁고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예수님이 오신다면 이곳에 오시겠구나!”하고 확신하게 됐고 그 경험을 계기로 사역의 방향을 다잡게 됐다. 이후 이 목사는 CCM에 대한 논문을 쓰며 동시대의 크리스천들이 불러야만 하는 시대적인 배경이 담긴 찬양이 CCM이라고 해석하며 그동안 고민하고 씨름하던 신앙관과 가치관을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는 “함께 울기 위해 찾아갔던 곳 중 어느 하나 쉬운 곳이 없었지만, 그분들의 문제가 잘 해결되고, 믿는 사람이 아님에도 ‘하나님께서 살아계신 것을 느낀다’고 고백하는 분들을 보며 다시 한 번 하나님께서 살아계심을 느꼈다”며, “하나님께서 노래하는 달란트를 주셔서 등 떠밀려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들의 아픔과 고난에 동참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 말씀과 같이 우리가 세상일이라고 외면하고 있는 사건들이 사실은 예수께서 굉장히 관심가지셨던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가 억눌리고 갇힌 자를 예수님의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는 ‘상관하는 영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진우·이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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