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 예산 독립영화인 <워낭소리>가 세간의 관심사가 된 적이 있다. 워낙 유명세를 탄 영화인지라 필자도 영화가 종영될 즈음에 직접 영화관을 찾아가서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다. 듣던 대로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그 뭔가가 있었다. 특히 평균수명을 훌쩍 뛰어넘어 40여 년 동안을 제 할 일 다 하고 마침내 워낭을 끊어주자 그 일생 짊어진 사명의 끈을 놓고 스르르 눈을 감아 우직한 생애를 마치는 장면에서는 숙연하다 못해 가슴을 치밀어 오르는 감동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소는 워낭을 끊는 순간에 눈을 감았다. 그 일생 힘겹게 묵묵히 걸어가던 사명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소에게 있어서 워낭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소에게 숙명으로 지워진 사명의 인식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소는 그 인식표를 목에 걸고 그의 일생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밤낮으로 그 소리를 들으면서 묵묵히 그 길을 갔던 것은 아닐까?

 출애굽기를 보면 아론이 사명을 끝마치는 장면이 나온다. 아론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그에게 입혀준 대제사장복을 벗고 나서 곧 바로 그곳에서 죽어 무덤에 장사되었다. 그렇다면 아론에게 있어서는 그 옷이 바로 그 워낭처럼 그에게 그의 일생동안 사명을 일깨워주던 인식표가 아니었을까?

 모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모세는 미디안 땅에서 양치기 생활을 하다가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고 사명자의 길을 갔다. 그때 그에게는 하나님께서 들려주신 지팡이가 있었다. 그래서 모세는 일생 동안 그 지팡이를 손에 들고 하나님의 역사를 행하면서 사명자의 길을 갔던 것이다. 그러므로 모세에게 있어서는 바로 그 지팡이가 그의 사명을 일깨워주던 바로 그 워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 그와 같은 의미의 워낭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나를 사명자로 부르실 때 내게 달아주신 그 사명의 인식표인 워낭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곰곰이 생각하며 힘써 찾아보았다. 그래, 그렇구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게 바로‘목사’라고 하는 그 이름이 아니겠는가. 이미 나는 그 이름으로 살고, 그 이름 때문에 살고, 그 이름을 위하여 힘쓰고 애쓰며 살고 있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 모두가 주님으로부터 받은 그 사명의 인식표인 워낭을 찾아서 목에 걸어야 할 것이다. 성도라고 하는 그 워낭,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그 워낭, 더 나아가 특별히 자신에게만 주신 특별하신 그 워낭을 목에 걸고 딸랑 딸랑 그 소릴 들으면서 사명자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줄이 끊어진 채로 땅에 던져진 워낭은 매우 보잘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워낭이 담고 있는 의미는 너무도 심오했다. 그 워낭을 집어 들어 잘 보이는 벽에다 걸어두었다. 사명의 전설이 풍겨나는 워낭은 그곳에서 영원토록 빛을 발하고 또 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우리 주님께서 그 끈을 풀어주실 때까지 힘써 내게 주신 그 사명 의 워낭소리를 울리면서 사명자의 길을 갈 것이다. 그러면 온 동네방네 사명자의 워낭소리 울려 퍼지는 그곳에서 희망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오늘도 내 목 밑에서 딸랑딸랑 사명의 워낭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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