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는 "영적 전쟁"이란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은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의 세계가 모두 다 아니요, 그 배면에는 영적인 존재, 힘, 모략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상의 세계가 끝없이 영향과 침탈을 당하기 때문에 현상의 세계를 넘어서 배후의 세계와의 옳고 그름의 싸움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흔히 영적 전쟁하면 기독교인들은 ‘기도’를 통한 ‘능력’을 동반한 싸움을 떠올린다. 그래서 영적 싸움을 잘하는 비결은 기도 많이 하고, 방언 많이 하고, 축사 하고, 찬송하는 그런 종교적 행위에 국한한다. 하지만 어찌 영적 전쟁이 그런 종교적 행위에 제한되거나 또는 그런 종교적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겠는가?

필자는 언론인이 사회 현실을 곡해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에 입각하여 정론을 펼치는 것도 매우 훌륭한 영적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또 사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법을 권력에 봉사하고 자신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둔갑시키지 않으며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공적 도구로 사용할 때 그 역시 위력적인 영적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출판하는 사람이, 또 그것을 읽는 사람이 요상한 이기심과 탐욕과 쾌락에 물든 그런 식의 책을 만들거나 읽지 않고 바르고 건강한 세계관을 갖춘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때, 이 또한 엄청난 영적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이 다 영적 전쟁터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기도 많이 하면 뭐하나? 방언 많이 하고 찬송 많이 하면 뭐하나? 하얀 양복 입고 목소리 깔고 신령한 척 설교하면 뭐하나? 제 아무리 기도하고 방언하고 찬송해도, 그 마음의 생각이나 그 머릿속에 입력된 철학과 신념이 관건이다. 즉 그들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과 약자를 돌보고 위로하는 일과 공공의 악을 구속하고 제한하는 일에 별관심이 없거나 나아가 오히려 종교의 이름으로 그런 불의하고 악한 현실을 정당화시키는 데 치우쳐 있다면 그게 무슨 영적 전쟁이겠는가? 오히려 그들은 기도와 방언과 찬송으로 자신을 치장한 것과 무관하게 악한 영에게 사로잡힌 자이거나 또는 자신도 모르는 깊은 차원에서 악한 영에게 이용을 당하는 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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