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캐스팅의 지존

매미와 귀뚜라미의 배턴 터치

헤롯의 공안정국 하에 수배령이 내려진 현상금 붙은 터프가이 요한은 검거되어 사역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부도덕한 권력에 입바른 소리를 양산했고, 요즘 버전으로 ‘반체제 행위’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시국사범으로 낙인찍혀 피의자 신분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속사역은 중단되지 않는다.
요한이 여름을 상징하는 매미라면, 예수는 가을을 상징하는 귀뚜라미로서 두 인격체간에 사역의 배턴 터치가 이루어진다. 옛 질서는 뒤안길로 가고 역동하는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다. 요한의 사역과 예수의 사역은 불협화음과 혼선 없이 체계적으로 계승 발전의 수순을 밟는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 선포 후 첫 행보로 제자 캐스팅에 나선다.
특이한 점은 당시에는 제자 지망생이 스승을 찾아나서는 것이 사회의 보편적 통념이었는데, 예수는 손수 제자 발굴을 위해 거리로 나간다. 예수는 길거리 캐스팅을 한 것 이다. 해안도로에서 네 명의 어부를 제자로 선발하고 세관 앞에서 레위를 제자로 낙점한다. 그들은 결단력 있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스승을 따라 나선다. 제자로 선발된 자들의 이력서는 초라함 그 자체였다. 제대로 된 제도권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자들이다.
제도권으로부터 소외되어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생존에 연연하고 있었던 변두리·허드레 인생들 이었다. 부평초와 같이 떠돌며 제대로 된 삶의 기반을 점유하지 못한 채 물리력으로 항거하던 재야인사도 있었다. 예수는 민중들과의 첫 대면에서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를 치유한다. 이 환자들은 당시의 보편적 종교 관념으로 신의 저주를 받아 발병했다고 하는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들 이었다. 예수의 치유 이적은 치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가시적으로 선포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의 기적적 사역 소식은 바람에 흩어진 굴뚝 연기처럼 전 유다 사회에 일파만파로 전해져 종교 기득권층의 아드레날린의 과다 분비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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