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신학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고 묵상하고 전도하는 실천 가운데 있다는 의도가 이 말 속에 있는 듯하다. 그러면 신학교나 신학교육이 굳이 필요한가? 신학이 학문이 아닌데 비싼 등록금 내고 뭐 하러 신학교에 갈 것인가? 차라리 성경 하나 들고 기도원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어떤 교파에서는 예배 때 사도신경을 외우는 것을 금한다. 이유는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예배에 인간이 만든 신앙고백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신앙고백은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예배에는 필요 없다는 말이다. 오직 성경만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신앙고백은 인간의 말이라는 것이다.
이 두 사례에서 보듯이 신학 또는 교리 혹은 신조는 어떤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이상한 일은 그럼에도 신학교는 여전히 문을 닫지 않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목회자를 꿈꾸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신학은 하나의 ‘학문’으로 정식으로 훈련받아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회의 선생에게 배워야하는 것이다. 또 신학을 배운다는 것은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인 성경을 배운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학은 성경에서 나오고, 성경으로 돌아가며, 성경을 증언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학이란 성경을 해석하는 규범과 방법을 체계화한 것이다.
여기서 규범(norm)이란 올바른 해석과 그릇된 해석이 있다는 것이다. 즉 정통과 이단이 있는 것이다. 방법(methode)이란 이 판별기준이 어떻게 나왔는가를 보여준다. 예컨대 신천지는 이단이다. 왜 이단인가? 저들의 성경해석방법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1. 신앙과 신학

‘신학’이라는 용어는 성경에 없다. 이 말은 원래 고대 그리스인들이 만들어냈다. 여기서 하나님(theos)과 말씀(logos)이 결합되어 theologia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기독교역사에서 첫 번째로 위대한 교부로 칭송을 받는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가 처음으로 신학에 기독교적인 정의를 내렸다. 그에 의하면 신학이란 “신성에 관한 논증 내지 토론”이다.
성경에 신학이라는 말은 직접적으로 없지만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라는 말은 여러 차례 나오고 있다. 신학이란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조직화한 것이다. 이렇게 신학이란 곧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다.

1-1 믿는 것과 아는 것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이는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에베소서4:13-14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최초의 기독교 신학자로 평가받는 사도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그리스도인의 최종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unto a perfect man)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는 것(unto the measure of the stature of the fullness of Christ)이다.
온전한 사람,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른 사람의 특징과 특권은 무엇인가? 어린아이가 되지 않는 것이며,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며,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바울이 제시하는 온전한 사람,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의 충만함에 이른 사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 됨(the unity of the faith, and of the knowledge of the Son of God), 이것이 바로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믿는 것과 아는 것의 하나됨, 곧 신앙과 지식의 통일은 무엇인가?
성경에서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은 예수 안에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나의 모든 존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지성적으로 동의하는 것 이상이다. 믿음은 예수 안에 있는 것이며, 예수를 따라가는 것이며, 또한 예수를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선교 공동체였던 초대교회의 핵심적 모토는 바로 이것이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나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그러면 아는 일, 즉 지식은 무엇인가? 사실 성경에서 믿는 것과 아는 일, 신앙과 지식은 언제나 하나이다. 결코 나눌 수 없다. 히브리어에서 지식을 나타내는 동사 ‘야다’는 성관계를 의미한다. 앎은 인격과 인격 사이의 결합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예수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은 그와 인격적으로 결합되어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인격적인 관계가 없다면 하나님에 대한 참된 지식은 있을 수 없다.

믿음으로 안다
그럼에도 믿음과 앎 사이에는 어떤 전후 관계가 있다. 믿을 때 알게 된다! 히브리서 기자느 이렇게 아주 고전적으로 정식화했다. 우리는 이 세계가 말씀으로 지어진 것을 믿음으로 안다(히브11:3, Through faith we understand that the worlds were framed by the word of God). 물론 그 역이 성립할 수도 있다. 지식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참된 신앙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엄밀한 의미에서 최초의 신학자이자 철학자라 할 수 있는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이렇게 정의했다. 알기위해 믿는다(credo ut intelligam). 믿음은 참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본질적 전제이다.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자는 먼저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이성이 아닌 이 믿음으로 눈에 보이는 이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것을 알게 된다.     

1-2 하나님에 관한 지식
이로써 우리도 듣던 날부터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시를 그치지 아니하고 구하노니 너희로 하여금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 하나님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
- 골로새서1:9-11

에피그노시스
사도 바울은 골로새교회를 향해서 간절한 심정으로 이렇게 기도한다. 성도들이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가득하게 된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단어가 나오는데 바로 ‘에피그노시스 뚜 떼우’, 즉 하나님에 관한 지식이다.
헬라어 ‘에피그노시스’는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추론을 사용해 엄밀하게 아는 것을 말한다. 반면 ‘그노시스’는 이성과 추론 없이 그냥 맹목적으로 아는 것이다. 여기서 초대교회의 이단 영지주의(gnosticism)가 나왔는데, 이들은 자신들만이 참된 그노시스, 즉 어떤 신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주장했다. 이것은 맹목적이고 어리석은 믿음이다. 성경은 이런 맹목적인 지식이 아닌 ‘에페그노시스’, 즉 이성과 추론을 사용하는 지식을 강조한다. 
 
이성은 신앙의 적인가?
어떤 이들은 합리적 이성이 신앙을 파괴한다고 생각한다. 성경을 조목조목 따지고 파헤치는 것을 매우 위험한 것으로 정죄하기도 한다. 물론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이성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비판적 이성이 어느 정도 성경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성이 우리의 적은 아니다. 독일의 저명한 복음주의 신학자 헬무트 틸리케는 말하기를 “하나님의 은혜 아래서 이성은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은혜 안에서 얼마든지 이성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순전한 믿음에서 출발하지만 주님이 주시는 이성을 통해 더욱 체계화되고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믿음을 통해 주어진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이성과 추론을 통해 체계화하는 작업을 우리는 신학이라고 부른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