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목사

한국교회 성장의 자원이었던 농촌교회는 도시교회의 무관심 속에서 벼랑으로 내몰린 지 이미 오래되었다. 쌀시장 개방과 농업정책의 부재로 인한 농가부채 증가, 농촌인구의 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의 농촌. 농촌을 소중한 선교현장으로 삼고 있는 농촌교회들도 어려운 현실 앞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우리의 농촌교회는 교인의 고령화, 교인수 감소, 재정악화, 교회폐쇄 증가 등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렇게 해체 위기에 직면한 농촌교회에 희망과 대안이 되고 있는 교회가 있다. 해남내사교회(김형근 목사)이다.
해남내사교회는 교인수가 감소하고 활력을 잃어 가는 여타 농촌교회와 달리, 해마다 꾸준히 교인수가 늘고 있다. 또한 교인들 대부분이 종사하고 있는 농업에서의 소득도 다른 농촌보다 월등히 높다. 성도 숫자가 늘고 생활에도 여유가 생기니 교회는 늘 활력이 넘치고 뭔가 해보고자 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렇게 농촌교회의 모범으로 칭찬받는 해남내사교회도 여타 농촌교회처럼 어려움이 있었다. 1971년 재건교회로 창립된 해남내사교회에는 길지 않은 역사임에도 굴곡이 많이 있다. 처음에는 기장교회였다가 다시 성결교회로, 또 장로교회로, 그리스도교회로 소속이 바뀌는 등 목회자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결국 1985년에 성결교회로 든든히 자리매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로도 소소한 어려움이 찾아왔고 여타 농촌교회와 다름이 없던 해남내사교회에 변화의 씨앗이 뿌려졌다. 김형근 담임목사의 부임이다. 1998년 9대 해남내사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형근 목사는 타성에 젖고 패배의식에 빠진 성도를 일으켜 신앙성숙과 교회의 내실화에 적극 나섰다.
처음에는 김 목사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시골교회에서 성공한 목회자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생각만으로 끝나는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새 신자는 2~3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 하는데 일 년에 두세 명씩을 하나님 곁으로 보내고, 나이 든 노인들은 자식들이 있는 도시로 떠나갔다. 교회 자리가 점점 비어가고 있을 때 김 목사는 절망했다. 그때를 돌아보며 김 목사는 “솔직히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하나님, 10년 후에 우리 교회를 어떻게 하시렵니까?’며 울부짖었습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원망만 하고 좌절해서는 교회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도에 매달렸다. 기도만이 교회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밤낮기도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을 이곳저곳을 열심히 다녔다. 성도양육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러자 느리지만 교회가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원망의 기도도 들어주셔 몇 년 전부터 귀농하는 가정들이 교회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농협 상무, 해남 농협 조합장도 교회에 출석하면서 교회의 분위기기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못난 이 사람의 작은 기도 소리를 들으시고 손을 잡아 이끌어 주신 주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고 모든 공을 주님께 올려 드렸다.
김형근 목사가 교회에 부임한 때는 온나라가 IMF로 큰 고통을 당하던 때였다. 농촌은 그 고통이 더욱 커 많은 사람들이 ‘농업은 끝났다’고 절망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농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기회는 위기에서부터 온다”며 성도를 다독였다. 또한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남들보다 나아질 수 없다며 농업의 형태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담임목사 스스로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 다녔다. 성도 대부분이 종사하고 있는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성도와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달려왔다. 김 목사는 “저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확신했어요. 농업은 이제 1차산업이 아닙니다. 농촌은 생산뿐 아니라 가공하고 유통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사하게도 성도들이 제 말을 믿고 따라와 주셨습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한 마음과 한믿음으로 지금까지 함께 달려온 성도들이 있어 행복합니다”고 그동안의 사역을 소개했다.
해남내사교회는 이후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2005년 낡은 예배당을 헐고 새 예배당을 건축하기 시작해 성도들의 적극적인 헌신으로 1년여 공사를 거쳐 2006년 새 예배당을 완공하게 되었다. 특히 내사교회는 4월 새 성전을 완공한 후 그해 9월에 빚을 갚고 봉헌예배를 드려 지역교회 목회자들을 놀라게 했다. 빠른 시간 안에 봉헌예배를 드릴수 있었던 것에는 당회원들의 적극적 헌신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시골교회 답지 않은 모습으로 성전을 건축하고 조금씩 젊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인들 생활이 업그레이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모든 빛의 뒤에는 야긴과 보아스와 같은 두 분 장로님의 헌신이 있습니다. 유재옥 장로님과 윤상기 장로님을 보고 있자면 하나님께서 우리교회에 보내주신 큰 선물이라는 생각에 더없이 감사합니다”고 뿌듯해 한다.
목회자의 기도와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헌신이 목회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라준 성도들의 열심과 결합해 어려움에 처한 농촌교회의 모범을 이루었다. 해남내사교회의 이야기가 절망에 빠진 농촌교회의 밝은 등대가 되길 소망한다.                
박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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