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연방정부가 줄기세포 연구에 재정지원을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2001년 8월 당시 부시 대통령의 줄기 세포연구에 예산 지원 금지 조치를 뒤집은 것이다. 당시 금지한 이유는 인간 배아 파괴를 조장해 생명 윤리를 위반한다는 종교적 정치적 이유가 컸었다. 오바마의 이번 결정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과학이냐 인간 생명 윤리 우선이냐라는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한국의 황우석 사건이 떠올랐다. 한때 우리 한국 사회에 갑자기 큰 별이 떠올랐었다. 난치병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할 사람으로 오해했던 사건이다. 2005년 5월에 발표된 바, 황우석 교수의 맞춤형 줄기세포배양의 성공은 대단한 성과였다. 그리고 한국의 언론은 늘 그랬던 것처럼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서 국민들이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하기 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의 표지를 두 번이나 장식한 황우석 교수에 대한 찬사는 정부와 국회, 사회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으며,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심도 깊은 분석과 사회 문화적, 윤리적 분석을 통하여 진실보도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한 국가의 수반마저도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고 하니까 덩달아서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겼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일원인 노성일 미즈메디 산부인과병원장이 불법 난자 매매를 이용해 난자 채취를 한 사실을 폭로했고, 2005년 11월 13일 <워싱턴 포스트> 지에 제럴드 새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 결별을 선언하여서 2005년도 전체를 달구어 놓았던 화제에 찬물이 끼얹어지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황우석 교수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던 대다수의 우리 국민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알려지게 되어 반대하는 목사들이 많아졌지만, 황우석 신드롬이 일어났을 때 기독교TV에서 설교자로 나온 분들이 얼마나 황우석 일대기와 성공담 예화를 비롯하여 한국이 축복 받은 땅이라고 아무 고민 없이 설교를 많이 했던가? 반대로 배아, 성체, 줄기세포, 생명윤리에 대하여 아무런 개념의 인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저돌적 연구 반대론자도 등장하였다.

 또한 이사와 기적으로만 해결된다는 신비주의만 강조하면서 생명을 살리려는 노력과 인물들을 배출하는데 소홀했던 종교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연구와 사유의 과정이라는 노력 없이 함부로 설교 강단에서 내뱉었던 자세들을 반성해야 한다.

 오바마의 결정과 황우석의 사기는“생명을 어떻게 보는가?”의 철학적인 문제에서 기독교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생명이 아메바의 운동으로 출발하여 운동으로 발전된 하나의 물질로 바라보는 유물론적 관점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라는 관점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존재한다.

 나는 모든 것을 이원론적으로 접근하려는 우리 교계의 자세를 지적하고 싶다. 어찌 사단과 하나님이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하나님께 허락을 받고 욥에게 시험을 준 사단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어찌 인간 이성의 영역인 과학의 영역이 하나님과 대결하는 것인가? 이원론은 하나님을 교회당 건물 속에 가두어 놓는 위험한 신앙이라고 본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는 일원론이야 말로 건강한 신앙 자세라는 생각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지 않으면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사회에서 연일 갈등만 일으키는 패거리 부류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신학을 가졌는가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이 사람을 재창조하여 완전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보지만, 나는 인간 자체가 죄인이기에 선한 작품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악한 작품도 나올 소지가 다분하며,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이러한 죄성과 육체의 연약함은 에덴동산 타락 이후에 생긴 것이다. 이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성경은 사망이 인간의 죄의 결과로 세상에 들어왔고(로마서 5:12, 고린도전서 15:21) 죄가 없어지면 사망도 사라질 것이라고(요한계시록 21:4,27) 말한다.

 반면에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인간은 세계의‘소유자이며 지배자’이다. 인간이‘창조의 완성’이요‘창조의 면류관’이다. 인간이‘만물의 영장’이요‘만물의 척도’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닐까? 깜짝 놀란 인터뷰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YTN 황우석 스페셜에서“황우석 교수가 우리의 생명을 살릴 줄 믿는다”라는 인터뷰를 보면서 어느덧 신격화된 황우석 교수를 발견한 것이다. 생명의 주관자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반발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이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게 만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줄기세포 연구의 잠재력이 엄청나며 적절한 지침과 엄격한 감독이 이뤄진다면 위험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복제는 위험하고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서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고, 미 국립보건원 NIH가 120일내에 엄격한 연구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기에 줄기세포 연구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큰일이다. 줄기세포 연구가 무엇인지 아는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경우, 난자 채취 과정에서의 윤리적 관점이 문제가 있다. 외국 과학자들은 황우석 교수가 세계 언론에 크게 등장하였을 때에 연구 능력보다는 그 많은 난자를 구한 능력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난자는 성행위를 통하여 나온다. 그러나 보다 더 신선한 난자를 채취하려면 주사 바늘을 인체에 꽂고 뽑아야 한다.

 난자 채취라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채취자의 20%는 과다 출혈 등 부작용과 감염으로 인한 복막염,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에 인권의 보호 차원에서 난자 매매를 전 세계에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난자 적출 수술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난자 적출자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전 세계가 난자 매매를 금지해 왔고, 난자 매매를 허용하는 미국도 난자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를 통하여서 구입하였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판다는 사실이다. 생명은 돈으로 거래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업적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성이다. 착하고 성실한 인생보다 고액과외, 사설교육을 시켜서라도 남보다 뛰어난 인간을 만들어 내려는 풍토와 가난하고 고단한 생명을 보살피기 보다는 거대한 성베드로성당 같은 건물을 지어 한껏 폼 내려는 교회의 변질된 모습도 이러한 세태의 반영이다.

 배아복제의 금지를 권고하는 유엔선언문이 채택되었기에 오바마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 결정은 문제가 많다. 특히 줄기세포 연구 분야 중에도 배아복제 금지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한다.

 14일 이전에 착상된 배아가 하나님의 선물인 생명이라는 사실과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했을 때 암세포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해당 장기에 이식 했는데 거기에서 다른 장기가 자랄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독교적 관점이 있다. 그래서 가톨릭에서는 성체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려는 것이다.

 하나님나라는 천재적인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앞에 겸허한 자세를 갖는 미련한 사람을 원한다. 머리가 좋은 것과 의인과는 거리가 멀다. 머리가 좋은 사람을 만들기 위하여 엄청난 투자를 하기 전에 윤리적 인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자 양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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