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

 지난 겨울은 많은 눈이 내리고 몇 번의 한파가 있으리라는 기상 예보대로 국지적으로 약간의 눈이 몇 번 내렸지만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에 이어 서울의 한강물이 얼지 않고 겨울을 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난방비가 걱정되는 서민들에겐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급격하게 진행되어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기온변화가 심각하다는 기상학자들이나 인류과학자들의 주장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금년 여름은 엄청난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고가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사람들은 냉방 기구를 구입하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소문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겨울보다는 여름나기가 더 무서움과 더불어 사계절이 무너져 감을 피부로 강하게 느낍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오솔길을 걷노라면 부토(腐土) 사이를 강렬하게 뚫고 고개를 내민 봄의 전령 새싹들과 나무 위 가지가지마다 고개를 빼쭉 내밀고 움트는 소리가 들리며 봄 내음이 싱그러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신학기가 개학(開學)되면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몇 날 동안 비바람과 함께 짙은 안개가 계속되면서 겨울을 지나 새 봄이 다가옴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한반도에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지나갔습니다.

 사순절(四旬節)

 마음을 가다듬고 봄바람이 살갗을 더듬고 스치는 지점을 통과하며 어김없이 다시 찾아 온 새 봄의 언덕에 몸을 기대어 자연에 순응하며 조용히 주님이 당하신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아지랑이 오르는 골짜기의 한 고개를 넘어 금년에도 어김없이 새 봄 소식과 함께 사순절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대림절을 지나 성탄과 주현절을 지나 따스한 봄을 맞이하면서 어김없이 고난절기가 시작됩니다. 사순절(四旬節, The Lent)을 뜻하는 영어 렌트(Lent)는 고대 앵글로 색슨어‘Lang’에서 유래된 말로, 독일어의‘Lenz’와 함께 '봄'이란 뜻을 갖는 명칭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뜻의 희랍어인 '테살코스테'를 따라 사순절로 번역됩니다. 이는 부활 주일을 기점으로 역산(逆算)하여 재의 수요일(2009년 2월 25일)로부터 시작하여 도중에 들어있는 주일을 뺀 40일간을 주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 묵상하며 경건히 보내고자 하는 절기입니다.

 오늘날 사순절은 금식보다는 구제와 경건 훈련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이 지배적입니다. 자선을 베풀고, 경건한 삶을 지향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으로 그 의미가 변천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사순절이라는 형식에 매달리기보다는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경건을 생활화함으로 바쁜 생활에서 잊기 쉬운 경건의 모습을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염두에 두고 각별한 경건(기도)생활을 함으로 바람직한 사순절을 보내는 성결한 그리스도인들이 됩시다.

 변화(變化)

 변화란? 아름다운 방향으로의 전환이며 지속적인 발전입니다. 조심해야 될 것은 변화를 잘못 이해하거나 자칫 잘못 마음먹으면 엉뚱한 방향을 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변심(變心)한다거나, 변절(變節)한다거나, 변질(變質)됨은 여기서 말하는 변화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신앙인이 바라보고 추구하는 목표점에서 오히려 역방향을 향하여 달음질치는 일이 되고 맙니다. 참된 친구는 변심하지 않습니다. 참된 제자는 변절하지 않습니다. 참된 신앙인은 변질되지 않습니다.

“겉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다”(고후 4:16상)고 말한 바울의 고백처럼 인생의 겉사람의 변화에서“썩어져 쓸모가 점점 없게 되는”후패(朽敗)는 막을 수 없지만 영적인 생명과 직분과 사명은 점점 새로워짐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른 봄에 기댄 사순절 복판에서 개인과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가 끝없이 변화(paradigm)하는 세상에“가롯 유다처럼”살지 말고“그리스도인답게”사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의 모습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삶으로 연결되어지는 주님 안에서의 고상한 인격의 변화와 성장을 이루며 사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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