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 쉼과 힘을 주는 교회”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사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전원교회
교회 총수입의 18%와 절기헌금 전액을 선교비와 구제비로 사용해

 녹양역에서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나오면 초등학교 뒤편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온다. 그 아담한 오솔길을 산책하듯 걸어오면 밤나무, 참나무 우거진 나지막한 산이 시작되는 곳에 성산교회(정승훈 목사)가 자리하고 있다.

 성산교회의 표어는‘영혼에 쉼과 힘을 주는 교회’이다. 표어가 말해주고 있듯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사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전원교회이다. 마당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밤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영혼과 육신에 찌든 먼지를 털어 버리기에 좋다. 강단 뒤편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철따라 변하는 자연을 보며, 하나님을 묵상할 수 있다.

 성산교회는 정 목사의 모친이 26년 전 이곳에서 기도원을 시작하였고, 돈암동교회 부목으로 있던 정 목사가 1998년 교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기도원과 함께 있는 교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처많은 성도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순탄치 않은 목회를 경험해야 했다. 모친의 남다른 기도 후원을 받으니 감내해야 함을 알았지만 견디기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진전 없는 목회에 힘을 다 소진할 무렵 선배 목사의 소개로 바나바훈련원(이강천 원장)에서 훈련을 받게 되었는데, 엘리야가 만난 로뎀나무 그늘처럼 큰 힘이 되었다. 정 목사는 이 훈련을 통해‘성공병으로부터 자유로운 목회를 배웠고, 규모에 상관없이 선교에 힘쓰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교회 총수입의 10%를 선교비와 구제비로 사용하며 해마다 1%씩 늘려 지난 해 18%를 돌파했다. 절기헌금 전액을 선교비와 구제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는 세 곳의 장애인선교단체와 훈련원을, 국외에는 여섯 개 나라 여덟 가정의 선교사를 후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큰 교회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액수지만 선교지에서는 요긴하게 쓰인다는 선교사들의 말에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성산교회가 위치한 녹양동은 길을 가운데 두고 개발된 지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단순한 구분이 아닌 생활수준, 주거형태, 문화시설 등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교회에 대해 상당히 폐쇄적이다. 단적인 예로 개발지역엔 20여개 교회가 밀집되어 있지만 이 지역엔 성산교회뿐이다. 3년 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어 머지않아 지역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정부가 종착역이었던 1호선 전철이 동두천까지 연장되면서 녹양역이 신설되었고, 역을 중심으로 2000세대 아파트가 입주한 상태이다. 위치적으로 교회 알리기가 쉽지 않아 효과적인 전도방법을 모색하던 중 월곶에서 목회하는 동료로부터‘칼갈이전도’를 듣게 되어 실행했다. 아파트 단지에 천막을 치고 무료로 칼을 갈아준다고 방송을 하면 번호표를 나눠줘야할 만큼 많은 분들에게 호응이 있다. 칼을 가는 동안 혈압과 당뇨를 체크해 주고 간단한 음료를 나누면 그들이 먼저 말문을 열고,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분들은 간식을 가져다주며 격려해 준다.

 겨울에는 저체온 증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말리의 신생아들에게 모자를 떠서 보내는‘사랑의 모자 뜨기’를 진행했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뜻있는 열 명 안팎의 아파트 주민과 함께 2개월 동안 180개의 모자를 떠서 보냈다. 이 역시 이웃전도의 소중한 접촉점이 되었다. 정 목사는“이만큼 접촉점이 확실한 전도법도 드물다. 교인 한 사람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회와 복음에 대한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면서“이렇게 만난 불신자들에게‘교회가 좋은 일을 한다’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목사는 온누리교회의 목요찬양과 같은 청소년 찬양집회를 갖는 것과 청년들과 함께 선교훈련을 다녀오는 것이 올해의 소박한 바람이다. 건강치 못한 세속문화에 찌들어 있는 청소년들이 믿음 안에서의 자유와 기쁨을 누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보며 복음은 문제해결용이나 소원성취용이 아니라 열방용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된 바람이다.

 처음 교회탐방을 하려할 때 정 목사는“이렇게 작은 교회에서 무슨 좋은 내용이있겠느냐”고 사양했었다. 그러나 정 목사는“보잘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소박한 이야기가 작은 교회에 위로가 되고, 작지만 제 몫을 감당하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탐방에 응했다. 후미진 곳에 서 있는 성산교회가 작지만 건강한 교회로 우뚝 서서 성공병에 걸린 한국교회에 새 바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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