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믿을 만한 사람은 없다‘편집증’

문제를 다른사람 탓으로 돌리고 피해의식 갖는 편집증
교회에서 계속적인 신뢰를 주고 사랑으로 감싸주어 치료

 편집증 성격장애의 초기 현상은 문제를 항상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며, 권위적인 사람과는 계속적인 갈등을 가지고, 유머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심할 정도로 자신의 충족과 독립성을 원하며 따스한 모습이나 온유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자신의 내면의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P권사는 교회 안에서 열심히 일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일을 같이 하다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보게 되면 충분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의심하면서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고 있고 감추어 놓은 숨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론 상대방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마치 소설을 쓰는 것처럼 꾸며내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논리를 편다. 자신의 일방적 생각이요 편견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 주어도 조금도 그 의견에 동의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마치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심하게 반격하는 모습 때문에 그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이 두려워 점차 사람들은 함께 일하지 않으려고 피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봉사하겠다는 욕심으로 일을 맡았으나 아무도 함께 하기를 원치 않아 혼자서 밤새 일을 해 놓기도 한다. 그런 후에는 자신과 더불어 일하지 않고 돕지 않는다고 또 불평과 분노를 토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성격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주된 감정인‘적대감’과‘짜증’은 외적으로 논쟁과 반복되는 불평으로 표현되거나, 조용하지만 적대적인 냉담함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근본적으로‘신뢰’에 대한 경험부족으로 타인들이 자신에게 부당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자기방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적대적으로 응수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부모나 양육자의 가학적인 대우를 받은 경험이나 과도한 불안한 상태 속에서 성장했을 경우 세상을 비우호적이며 불안정한 곳으로 지각하게 되어 자신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능력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내면화된 경험은 성장한 후에 배우자가 작은 실수를 할 경우 계속 의심하게 되며 상대방이 부인할수록 점차 불신도 깊어서 의처증, 의부증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를 경험한 아들일 경우에는‘의처증’으로 나타나게 되며 또한 아버지의 외도를 성장과정에서 보고 자란 딸은 결혼 후 남편의 생활의 전부를 꼼꼼히 확인하려 하며,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부분에 항상 불안해하여 마침내 의부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의 이러한 행동 반응은“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 그들의 동기가 의심스럽다. 사람들은 기만적이고 나를 해치고 나쁘게 만들려고 한다”는 것 등의 핵심신념이 내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증 성격장애에 대한 치료는 심리치료든지 약물치료든지 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받는 것 자체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도 한 부분이라 하겠다. 최근에 인지행동치료가 많은 효과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 미해결 과제인 신뢰에 대한 경험을 성장 후에 가지게 된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가능성은 치료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계속적인 신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사랑의 힘으로 함께 견뎌주는 것이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며,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함께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교회는 자신의 상처가 드러날까봐 두려워하며 그 상처가 드러날 경우 더 이상 그 공동체에 머물 수 없어 마침내 교회를 떠나고야마는 현실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이 땅에 오셔서 병든 몸을 고쳐주시며 상한 갈대를 꺽지 않으셨던 예수님처럼, 오늘 날 이 시대에 사랑으로 마음 아픈 이들을 감싸 안고 함께 인내로 견뎌줄 수 있는 그러한 교회가 너무나 그립다.

사모 전정희
평촌이레교회 목사 사모
상담학 박사 수료
목회상담 전문가
비전사라21상담소장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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