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통성을 세우자는 취지와 다르게, 종교편향적 내용 많아

서울시는 2015년도에 서울시 예산 1억 7,550만원을 들여서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여 이를 585곳의 서울 시내 중·고교에 보급키로 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2009년에 펴낸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김성수 동아일보 설립자, 장지연 황성신문 주필 등을 친일 인사로 분류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1년부터 편찬 작업을 시작하여 8년 만에 출판된 것으로, 을사조약(1905년 11월에 체결한 한·일 협상조약을 말함)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되기까지 일제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사 4,389명에 대한 행적을 기록한 것이다.
그 동안 친일인사로 분류한 인물들의 전·후사를 살피지 않고 단견적이며, 주관적이고 편향적이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책을 굳이 서울시민들이 낸 세금에서, 한 질에 30만원씩 하는 책을 구입해서, 일선 학교에 보급한다는 것은 정치적 목적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교육적 목적과 상당히 부합하지 않는 일을 서울시가 나서서 실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분야에 대한 것은 차치(且置)하고, 종교 분야에서는 200명이 올라가 있는데, 종교별로 보면, 기독교계는 56명(목사 42명, 평신도 14명), 불교계는 54명, 천주교 7명, 천도교 30명, 유림 53명 등이다. 그러나 내용에서 상당히 종교적 편향성을 엿볼 수 있다.
‘종교편향’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첫째, 기독교가 일제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일제의 강압에 의하여, 1938년 9월 총회에서 억지로 ‘신사참배’를 가결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40년 이상을 가장 강하게 일제에 항거한 종교이다.(신사참배 가결 당시 평양 서문교회에는 총대 206명이 모인 가운데, 사복경관 수백 명이 교회 안팎을 포위하고 있었고, 강대상 아래에는 수십 명의 고위 경관들이 장검을 번쩍이면서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총대들의 좌우에는 경찰들이 각각 끼고 앉았고, 교회 안의 옆과 뒤에는 무술경관 100여명이 눈을 부라리고 서 있었다. 따라서 타종교의 자발적 친일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성결교단은 일제의 신사참배를 지속적으로 거부했다고 해서 교단을 해체시키는 만행을 겪었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에서 보여준 저력과 “독립선언서”에 민족 대표로 서명한 숫자에서도 그 사실을 보여 준다(33인 중 16인이 기독교인). 그러나 불교는 한·일병합 전부터 친일을 시작하였고, 철저한 친일불교였으며, 천주교도 로마 교황청의 교시에 의하여 한·일병합을 방조하는 분위기였다.
천주교는 1909년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오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를 ‘살인자’라며 천주교 신자인 것도 거부했다.
또 “독립선언서”에 천주교 대표가 한명도 없는 것에서도 천주교가 일제 침략에 저항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둘째는 기독교에 대한 것은 아주 세세하게 적시하고, 타종교에 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이 책에서는 장로교(기독교)의 친일행위를 기록하면서, “전승축하회 604회, 무운장구 기도회 8,953회, 국방헌금 1만 5,803원 24전, 훌병금 1,726원 46전, 유기 308점, 시국강연회 1,355회, 위문 181회, 위문대 1,580개”등 매우 자세한 부분까지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불교에 대한 것은 1,500개 사찰이 기도법회를 했다는 식으로 그 숫자적 의미를 가늠하기 어렵도록, 상당히 축소하려 한다.
셋째는 시기의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불교의 친일 기간을 정하는 기준으로, 1937년 중·일 전쟁 이후 친일화한 중앙교단과 친일불교 단체의 주요 임원을 포함시킨다고 하는데, 조선불교는 이미 1910년 한·일병합 전부터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래서 1911년 일제가 사찰령을 내려 한국 사찰들을 일본사찰의 말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 대형 사찰들이 ‘관리청원’을 경쟁적으로 신청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 불교가 1911년부터 1945년 전국 사찰 중 31개 본산 주지를 지낸 승려만 해도 178명이었고, 또 종단과 중앙단체의 간부를 지낸 사람만도 89명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정작 친일 인사는 54명으로 극히 제한하고 있다.
넷째는 천주교에 대하여 온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주교는 한·일병합이 되면서, 일제에 별로 항거하지 않았고,(1932년 교리문답 수정, 1936년 교황청의 포교성 지시 따름) 1937년부터 1939년 사이에만 시국관련 미사 29,622회, 시국관련 기도회 55,452회, 시국강연회와 좌담회 11,592회, 출정장병 가족 위문 151회, 각종 행사 165회를 여는 등 아주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했지만, 친일 인사는 고작 7명뿐(사제 5명, 평신도 2명)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또 천주교에 대한 분량은 타종교에 비해 상당히 적게 기록하고 있다.(기독교 2.5장, 불교 2.5장, 천도교 2장, 유림 2장인 반면, 천주교는 1장 분량)
이렇게 「종교편향」적이고, 기독교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친일’로 몰아세우는 출판물을 일선의 중·고교에 서울시의 예산으로 보급하는 것은, 결국은 반기독 정서를 만들 것이고, 잘못된 역사를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사는 객관성과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또 비교되는 내용이라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친일인명사전>은 적어도 각 종교에 관해서는 그런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에, 서울시는 『친일청산 교육활동 지원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자칫 기독교에 대하여 왜곡된 시각을 갖게 할 수 있고, 사시(斜視)적인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되는 바, 이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국교회언론회의 논평을 사설란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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